2023. 4. 4. 23:25ㆍ일상의 생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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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삼도수군 통제사 하면 누가 제일 먼저 떠오르시나요?
당연히 나라를 구하신 그 분, 이순신 장군님이 제일 먼저 떠오를 겁니다.
혹시 원균을 떠올리는 분이 있을지도???
우리조상님 그만 괴롭히십시요 ~
삼도수군 통제사란 관직은 임진왜란 중에 설치된 종 2품 무관직을 말하며 경상, 전라, 충청 3도의 수군을 통솔하는 총사령관이었습니다. 1593년 선조 26년 부터 1895년 고종 32년 까지 300년간 총 208명의 수군통제사가 있었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이순신 장군님처럼 자신을 희생하여 역사에 길이남을 훌륭한 업적을 남기신 분들이 계신가 하면 원균이라는 자와같이 자기의 시대 백성들은 도탄에 빠트리고 나라를 백척간두의 위기로 몰아 역사에 길이 남을 큰 죄를 짓는 인간들도 있기 마련입니다. 임진왜란이라는 전란을 만나지 않아 우리가 잘 모르는 위 208명의 통제사 들도두 갈래 길 중 하나를 택 하였을 것입니다. 오늘은 그 중의 한 분의 이야기를 들려 드리고자 합니다.
경상남도 통영시 정량동 언덕에 가면 조그만 공원에 최근에 세워진 '김영통제사각암비문'을 볼 수 있는데 비문의 내용은 아래와 같다.
純祖二十九年己丑公爲統制使 / 松亭洞民失火延燒海送亭抗北 / 瓦洞人家數百戶盡成焦土公許 / 給南北山之松新造家屋矣以松 / 木濫伐事直指使啓請罷職四洞 / 之民刻公之功德於巖石在曙町 / 貞梁里之界海濱也此巖卽公之 / 杖劍立於其上指揮軍民而屢日 / 鎭火之巖也翌年庚寅刻.
비문을 간단히 요약해 보면,
순조29년 (1829년) 지금의 동피랑 일대 4개 마을에서 큰 불이났을 당시, 그 지역을 관할하던 삼도 수군통제사 김영 장군(1772~1850)은 덤바우라는 큰 바위에 올라 군인들을 진두지휘 하면서 마을사람들과 합심하여 몇 날 몇 일이나 계속된 큰 화재를 겨우 진화 하였다.
모두의 노력으로 화재는 진화되었지만 화마가 휩쓸고 간 폐허에 남겨진 백성들은 곧 들이닥칠 겨울에 갈 곳없는 신세가 되었고, 김 영 장군은 추위와 배고픔에 떠는 백성들을 외면 할 수 없어 나라에서 법으로 금지한(금송령) 남망산 일대의 소나무 벌체를 허락하여 배고픔과 추위에 떠는 백성들이 다시 집을 지을 수 있게 도와 주었다. 하지만 뒤늦게 이 사실을 안 조정에서 국법을 위반한 죄(?)를 묻고 결국 장군은 곤장 100대를 맞고 파직을 당하게 된다.
통제사가 떠난 후 마을 주민들은 자발적으로 장군의 은덕을 기리기 위해 장군이 지휘하였던 큰 바위 (덤바우)에 비문을 새겼는데 그 것이 바로 '김영통제사각암비문'이다.
여러가지 정황으로 볼 때, 김 영 장군은 금송령을 어긴죄로 자신이 벌을 받을 것이라는 사실(당시에 허가되지 않은 왕실 소유 소나무 벌체는 큰 죄로 취급됨)을 알고서도 추위와 배고픔에 떠는 백성들을 외면할 수 없어 (벌체를) 허락하였을 것이라 봅니다. 백성을 위한 죄로 나라의 벌을 받기 위해 장군이 한양으로 압송되는 날, 마을어귀에 사람들이 모두 나와 배웅하며 눈물을 흘리고 슬퍼하였다는 전설이 내려옵니다.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은 왜 힘없는 이들 편에 선 자들에게만 잔인한 걸까요? 어떤 강요도 없이 자발적으로 십시일반 모은 백성의 정성으로 세겨진 각암비문은 어이없게도 통영시에서 1970년대 도로확장 공사를 하면서 그가 올랐던 덤바위와 함께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김 영 장군의 전설은 사람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졌고 통영군지에 남아 있던 비문의 내용이 최근 발견되어 원래 각암비가 있던 자리에 여러사람들이 뜻을 모아 성금을 내고 다시 비석을 세우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순신 장군님 처럼 통쾌하게 왜군들을 때려잡은 이야기는 아니지만, 진정한 리더쉽이 무엇인지 한번 생각해 보는 글이었습니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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