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4. 20. 02:08ㆍ일상의 생각들

오늘 서울 날씨는 미쳤다는 표현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오랜만에 청명한 날씨를 보여주었습니다.

그래서 겨우내 묵혀두었던 자전거를 꺼내 오랜만에 자출을 결심합니다. 저의 애마, 15년형 케논데일 슈퍼식스 에보 하이모드를 꺼내 간단한 정비를 합니다. 그래도 예전에는 하이급에 속했는데 요즘은 워낙 좋은 자전거들이 많이 나와서 딱히 돋보이지는 않지만 저에게는 차고 넘치는 물건이라 벌써 7년을 함께 하고 있습니다.

오늘의 목적지는 사무실이 있는 마곡나루역까지 창릉천을 따라가다 가양대교를 넘어서 갈 예정입니다.

삼송지식산업센터 뒷길로 들어오면 창릉천 자전거 길과 연결되어 있는데 고양시에서 바람누리길이라고 부르는 것 같습니다. 지자체 별로 무슨 마실길이니 누리길이니 둘레길이니 워낙 길들도 명칭이 많아 어디가 어딘지 더 헷갈리는 상황입니다. 창의적인 공무원들 칭찬해

창릉천도 대대적인 정비 중이라 천변에 있던 모든 식물들을 걷어내고 석재와 자갈들만 쌓아 놓았네요. 뭘 얼마나 거창하게 만드는지 기대됩니다 그려.

좀 더 페달을 밟아 원흥동 쪽에 도착하니 기존에 있던 쿠팡 물류센터 주위로 큰 지식산업센터 건물들이 엄청나게 많이 들어섰네요. 원래 쿠팡 물류센터 건물도 엄청나게 크게 지었는데 앞에 있는 건물들에 가려서 보이지 않네요.

원흥동을 지나야 진짜 천변다운 풍경이 펼쳐집니다. 모래톱도 보이고 굽이굽이 나무와 수초들이 무성합니다. 여기서 더 이상 뭘 정비해야 하는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조만간 창릉 신도시가 본격적으로 개발되면 이곳의 한가한 풍경들도 삼송, 원흥처럼 바뀌겠지요.

멀리 방화대교가 보이면 행주산성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신호입니다. 이 길은 주위에 아무것도 없어서 밤길을 여성이나 심약자가 혼자 가는 것은 비추입니다.

행주산성 쪽에서 서울 방면으로 나가는 길에 고양시에서 친절하게 말똥게다리라고 이름도 지어주었습니다. 근데 사실 이 말똥게들이 산란 때문인지는 몰라도 가을만 되면 밤시간에 옆에 있는 자전거길을 건너는데 그때 자전거에 치이는 애들이 하루에 한 열 마리 이상은 됩니다. 차라리 다리를 만들지 말고 게들이 안전하게 건널 수 있는 생태통로를 만드는 게 더 낫지 않을까 합니다. 아니면 최소한 서행 싸인정도는 붙일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고양시 공무원들 칭찬해

어쨌든 잠시 자전거에서 내려 말똥게가 있는지 다리밑으로 고개를 내밀어 봅니다. 얘들이 야행성인지 이 시간에는 다들 구멍에 들어가 잘 안 보이는데 이 녀석은 자기가 이 구역의 왕이라는 듯 한가롭게 나와서 햇볕을 쬐고 있습니다. 꽤 큰 놈입니다.

이것저것 구경하고 사진을 찍다 시계를 보니 약속시간이 늦을 거 같아 냅다 페달질을 하여 서울 쪽으로 향합니다.

그래서 강 건너 사진은 찍지 못했습니다 ㅠㅠ

그래도 볼일을 보고 돌아오는 길에 마곡 보타닉가든 습지원 사진을 찍을 수 있었습니다. 제 블로그 친구 중에 전문 라이더 웅헤헤님이 이쪽에서 일하는데 오늘은 바빠서 연락도 안 하고 그냥 돌아왔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찍은 방화대교와 행주산성입니다. 말하지 않아도 아름다운 풍경입니다.

아까 제가 비추했던 길로 복귀했습니다 ㅠㅠ 아까 분명히 뒤따라 오는 자전거 전조등을 본 거 같은데 한참이 지나도 아무도 없네요 ㄷㄷ 아직도 밤에 혼자 다니는 건 적응이 잘 안 되네요. 이상 한강라이더의 짧은 라이딩 후기였습니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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