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비엔비 10년차 호스트 이야기 18.

2023. 4. 19. 00:02에어비엔비 이야기

홀로 먹이를 찾는 과정은 외로움과의 싸움이다.

 

혹시 '가슴이 웅장해진다'라는 표현을 들어보거나 써 본 적이 있는가? 나는 이 가슴이 웅장해지는 경험을 두 번 정도 해 본 적이 있는데 첫 번째는 에어비엔비로 예상외의 첫 달 수입을 올렸을 때이고 두 번째는 에어비엔비를 키우려고 신혼집 포기 하고 대출받아서 산 집이 갑자기 크게 올랐을 때이다. 그때는 진짜 갑질이 권리인 줄 아는 직장상사에게 '법규'를 날리고 당장이라도 뛰쳐나오고 싶었는데 그동안 좌절과 실패도 많이 겪은 걸 보면 역시 사람은 손바닥만 한 성공에 우쭐해하고 조그만 실패에도 한없이 쪼그라드는 존재인가 보다.  

 

어쨌든 회사에서 꼬박꼬박 주는 월급이외의 수입이 들어오게 되면 갑자기 이 '가슴이 웅장'해 지면서 우쭐한 마음에 자기 안에 있던 개똥철학이 나도 모르게 튀어나오게 돼 있는데 당시 난 한참 마음속으로 '내 안에 있는 사냥본능'을 깨우자는 말을 술만 마시면 나도 모르게 친구들에게 침이 튀도록 얘기하고 다녔다. 

 

큰 틀에서 보면 몇 만년전을 살았던 원시인들이나 지금 사람들이나 기본적인 생존원리는 같다는 생각이었다. 원시인이든 현대인이던 성인이 되면 나와 아내, 부모자식들을 위한 더 안전하고 편안한 보금자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내 뒤를 따를 아이들이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 다음 마지막으로 여유가 허락된다면 내 한 몸 편하게 지내다 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모든 인간에게 주어진 삶이 아닐까 한다. 

 

사업을 구상하고 필요한 비품을 준비하러 여기저기 돌아다닐때나 사람들을 만나고 허가를 받으러 구청을 들락날락할 때도 난 지금 서울이라는 대도시에 있지 않고 온갖 위험과 육식동물들이 도처에 널려 있는 정글이나 초원에서 사냥감을 찾아 헤매고 있다는 상상을 했다.

 

내가 원하는 사냥감을 발견하면 그놈을 잡기위해 며칠 동안 칼날을 세우고 기다리다가 적당한 타이밍에 본능적인 움직임으로 가족이 몇 달을 날 수 있는 먹이를 일격에 사냥했을 때의 밀려오는 쾌감은 아주 옛날부터 우리 깊은 곳에 내재되어 있는 본능이 아닐까 한다. 그리고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사업을 준비하면서 겪게되는 여러 가지 복잡한 일도 그런 식으로 단순화한 것이 무모할 정도로 뛰어들 수 있는 추진력을 만들고 외로움을 줄이는데 어느 정도 도움이 된 것 같기도 하다. 

 

물론 이러한 사냥에는 항상 위험이 따르게 마련이고 사냥감이 숨겨놓은 날카로운 무기에 한방에 나가떨어질 수도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 본능적인 감각에 의존하기 보다는 좀 더 안정적 생활을 선호하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사냥 기술을 고도화하기 위해 무리를 조직하고 각자의 역할을 나누어 어떤 이는 먹이의 특성을 파악하고, 또 다른 이는 적당한 곳으로 먹잇감을 유인하고 마지막으로 사냥감의 목숨을 끝장내는 역할 분담을 하게 되지 않았을까? 

 

물론 그 역할 분담은 지금도 유효하고 그에 따른 결과물도 먹잇감에서 돈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하지만 이런 방법이 가진 단점은 역할분담이 전문적이고 고도화 될 수록 혼자서 사냥하는 법이나 본능에 의존하는 법은 잃어버리게 된다는 사실이다. 물론 안정적이고 오랫동안 사냥감을 나눌 수 있는 무리에 속해 있으면 아무 문제가 없겠지만 자기가 일한 것에 한참 못 미치는 양을 몫으로 받다가 나이가 들어 힘이 없어져 내쳐지게 되면 이 사람과 가족은 당장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되고 되려 자신이 다른 사냥꾼들의 손쉬운 먹잇감이 되어 버린다.  

 

이러한 맥락에서 본다면 유독 사업을 하는 사람들이 자기 중심적이고 때로는 교만할 정도로 자존감이 강하기도 하지만 어느 정도는 이런 부분도 필요한 요소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리고 사냥본능이라는 것을 지금은 안정적인 회사생활을 하는 사람일지라도 항상 잠들어 있는지 확인하고 녹슬지 않게 깨워놓아야 한다고 본다. 더 길들여 지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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