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비엔비 10년차 호스트 이야기 23. (손님 길들이기)

2023. 5. 6. 00:35에어비엔비 이야기

사진은 내용과 관계없음

 
에어비엔비에 관한 포스팅을 시작한 게 3월 말이었는데 벌써 23번째 글이다. 이제껏 쓴 글을 쭉 보니 어설프거나 부실한 내용이 너무 많아서 당분간 포스팅을 늦추더라도 좀 더 다듬어야겠다고 생각해 본다. 사실 이 글을 읽는 분들이 얼마나 될까 싶기도 하지만 그분들께 무의미한 글을 읽지 않도록 하는 것이 최소한의 예의가 아닐까 한다. 
 
오늘은 손님 길들이기라는 주제로 글을 써볼까 하는데, 약간 도발적이기는 하지만 꼭 다루어야 할 내용이기에 이제까지 내가 경험한 것들과 느낀 부분을 최대한 솔직하게 써볼까 한다. 
 
호텔에서 일하게 되면 처음 배우는 것 중 하나가 고객에게 '노'라고 말하지 않는것 이다. 물론 손님이 호텔에 묵는다고 해서 무슨 일을 하던 다 예스라고 말할 수는 없고 어떤 상황에서든지 손님에게 불가피하게 전달해야 할 금지나 부정적인 표현을 최대한 순화해서 말하라는 뜻일 것이다. 
 
호텔리어도 마찬가지지만 에어비엔비 호스트 하시는 분들 중에서도 절대 '노'라고 말할 것 같지 않은 손님에 대한 서비스 마인드가 뛰어난 분들이 있는데 이러한 태도야 말로 이 비즈니스를 유지하는데 꼭 필요한 요소이고 칭찬받아 마땅하지만, 문제는 일을처리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의무감이 너무 강하게 작용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상식적인 수준의 사리판단도 제대로 못하게 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고 손님에게 윽박지름을 당하면 더 위축되면서 결국에는 안 하니만 못한 결과를 낳게 되기도 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예전에 싱가폴 게스트분에게 메시지를 받은 적이 있는데 내용인 즉, 왜 에어컨 가동이 되지 않느냐는 것이었다. 그때가 11월 중순경이어서 뜻밖의 메시지에 당황스러웠지만 최대한 알아들을 수 있도록 한국은 겨울철에 에어컨을 켜지 않는다고 설명을 하였다. 하지만 손님이 정색하며 콜센터에 문제 제기를 해서 어쩔 수 없이 사용할 수 있게 했지만 그분은 마지막날 난방과 에어컨을 모두 켠 상태로 체크아웃하였다. 그가 남긴 리뷰는 어땠을까? 마치 나를 쓸데없는 핑계만 대는 사람으로 써 놓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부분은 안된다고 일관성 있게 말해야 했다. 그 일로 설령 불이익을 당한다 한들 나로 인하지 않은 잘못까지도 경제적이나 시간적인 손해를 봐가면서 계속 받아줄 필요는 없었던 것이다. 
 
이부분은 직원보다는 경영을 하는 사람이 더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예전에 일하던 호텔 오너 패밀리 중에 낙하산이 있었는데 어느 날 레스토랑에 인원이 딸려 직원들이 접시를 몇 개씩 쌓아서 나르는 걸 보고 그가 왜 손님들 불안하게 접시를 그렇게 들고 다니냐고 타박을 하는 것이었다. 그의 눈에는 힘들게 일하는 직원은 보이지 않고 그 상황이 불편한 손님만 보이는 것이었다. 그걸 가만히 보고 있자니 문득 여기는 오래가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명한 사장이라면 본인이 생각하는 서비스 마인드나 철학 때문에 주위 사람들에게 자괴감을 안겨 주거나 지나치게 힘들게 해서는 안된다.
 
서비스업에서 중요한 것은 고객 만족도를 유지하는 것이지만, 그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고객을 상대하는 방식이다. 상식적인 판단과 안내, 그리고 적당한 거리감과 예의는 고객과 호스트, 그리고 둘 사이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원활하게 처리하고 소통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호스트로서 자신의 책임과 의무를 완수하는 것은 물론이고, 고객으로서 예의와 배려를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다. 이러한 서로의 노력과 믿음이 서로에게 더 큰 만족과 믿음을 가져다줄 것이며, 최종적으로는 더 좋은 경험과 추억으로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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