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에 대한 짧은 생각

2023. 4. 5. 14:45일상의 생각들

 

제 기억이 맞다면 다세대 주택이라는 단어를 처음 티브이에서 접 했던 때가 1985년도에서 87년도 사이라고 생각됩니다. 비록 어린 시절이었지만 그 당시 '전세금으로 내 집 마련' 이란 문구가 걸린 현수막이 골목 여기 저기 걸려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 것을 보면 다세대 주택에 대한 관심은 매일 9시 뉴스에서 엔화 강세나 서울 올림픽 기사들처럼 거의 매일 들을 수 있을 정도로 대단했던 것 같습니다.

 

 

아마도 그 시기쯤 법적인 요건이 갖추어졌을 것이라 생각되는데요. 어쨌든 그도 그럴 것이 저희 가족이 전세로 60년대 지은 구옥에서 살다가 처음 다세대 주택으로 이사 갔을 때의 충격은 어린 저에게도 꽤나 강렬했었습니다. 화장실은 이전 집들에 흔히 뒷간이라 부르던 퍼세식? 방식이 아닌 좌변기와 욕조가 딸린 화장실 (물론 욕조는 얼마 못 가 물통으로 변함), 멋진 기와와 빨간 벽돌로 지어진 외관에 몰딩 마감도 깔끔한 올록볼록한 벽지에 발코니가 있는 거실, 침실에는 서양 영화에서 본 듯한 앞으로 볼록하게 튀어나온 창문과 불을 켤 때도 위아래로 내리는 스위치가 아닌 옆으로 미끄러지듯 켜지는 스위치가 얼마나 신기하던지 계속 껐다 켰다를 반복하였습니다. 지금으로 치면 사전점검 일쯤 되는 날 설레는 마음으로 부모님을 따라 그곳을 방문했을 때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인부들 사이를 지나 서울 하늘이 한눈에 보이는 옥상에 올라가 아래를 내려다보며 이 많은 집들이 모두 우리 집같이 되는 아름다운? 풍경을 상상한 기억이 생생합니다.

 

내가 상상했던 풍경은 이게 아니었는데 ㅜㅜ

 

지금도 지척에 있는 그곳에 가면 그때 그 집은 그대로인데 어렸을 적 저의 상상은 현실이 되어 지금은 빼곡히 들어찬 빌라들사이 에서 아무리 고개를 빼고 보아도 예전에 골목길에서 앉기만 해도 보이던 그 풍경들과 하늘은 보이지 않습니다. 예전에 흔하던 콘크리트 박스 쓰레기통 대신 빼곡히 주차되어 있는 자동차들 사이로 아슬아슬하게 지나가는 마을버스, 예전에 제가 꿈꾸던 다세대 공화국은 적어도 지금의 모습이 아니었던 것은 확실한 것 같습니다.

 

미래의 사람들도 아파트를 좋아할까?

 

우리는 지금 우리가 낀 안경으로 세상을 보고 이 순간의 모든 기술과 제도가 정점에 달해있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정점에 있는 것들이 절대적인 힘을 갖게 되는 것을 부인하기 힘든 것도 사실입니다.우리가 그들에게 내어준 무지막지한 힘을 휘두르게 되면 이전에 우리가 가지고 있었던 것들은 도저히 공존이 용납될 수 없는 것이 되어 우리의 높아진 시선이 허락하는 어느 한구석으로 내쳐지기도 합니다.

 

우리다음 세대는 골목길이 내어주는 따뜻함을 기억 할 수 있을까?

 

지금 이 시대 우리 주거문화의 정점에 있는 아파트가 편리하고 아름답고 또, 돈이 된다고 해서 그렇지 못한 것들이 진정 비웃음의 대상인지는 한 번쯤 생각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요? 그것들도 앞으로의 누군가에게는 부담스러운 시선만이 머무르는... 산과 강, 하늘을 모두 가린 콘크리트 더미가 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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