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부업을 시작한 이유

2023. 4. 6. 21:04일상의 생각들

보스턴에서 온 한 손님이 나에게 메시지를 보내면서 물었다 '너 이름에 Captain있네? 너도 선장이니? 나도 요트가 있는데, 가면 너 배 좀 구경할 수 있니?'

육지에서 난 나는 배멀미를 하는지 안하는지도 모르는 사람이고, 배를 갖는다는 것은 미국이나 가능한 일이지 평범한 서울시민에게 그런게 있을리 만무했다. 있으면 내가 이러고 있겠는가?

메시지로 그 손님에게 다시 설명해 주었다. '아, 여기서 Captain이란 말은 호텔 관리자를 부르는 말이야' 그 당시 나의 직장은 서울의 한 특급 호텔이었다.

나는 이 호칭을 좋아했다. 물론 선장이란 그냥 말 일 뿐, 아무 힘없는 일개 대리에 불과했지만 호텔에서 손님들과 겪는 여러 트러블을 해결할 때마다 마치 큰 파도를 넘긴 것 같은 안도감과 그 후에 느끼는 보람같은 것이 있었다.

사실 진짜 선장 우리는 그를 보통 사장이라 부른다 은 따로 있었고 그 분이야 말로 영화에서 나오는 것처럼 나쁜(?)놈은 널판지 같은 곳에 올린 후, 배 밑으로 떨어뜨릴 수도 있다. 또 실제로 떨어져나가는 수많은 사람들을 보면서 이 직장이라는 것이 진짜 배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회사일 말고도 다른 나만의 일을 가져야 겠다는 생각이 든 것은 그때 즈음이었다. 만일 떨어진다면 나와 내 가족이 망망 대해에서 아무거나 붙잡을 만한게 있어야 되지 않겠나라는 생각으로 지금까지 남는시간을 쪼개어 여기저기 뒹구는 판자대기를 모아 나만의 작은 구조선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것은 너무나 작고 허술해서 과연 큰 파도에 버틸지 걱정하고 잠못이루며 고민하는 와중에도 세월은 흘렀고 어찌어찌하다보니 벌써 10년이 지났다.

생각해 보면 난 시대를 잘 타고난 것 같기도 하다. 예전같으면 나처럼 게으르고 숯기 없는 사람은 시장에 내놓을 무언가가 있다 하더라도 시작도 제대로 못했을 것이다. 지금은 플렛폼이란 곳에 올라타기만 하면 자연스레 몰려 있는 사람들이 보이고 그 속에서 내가 무엇을 해야 돈을 벌 수 있는지 감을 잡을 수 있다. 또 이 가상공간에서 떠도는 사람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기회도 늘어난다.

난 궂이 많은 플렛폼들 중에서 에어비엔비만이 정답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숙박업이라는 조금 접근하기 생소한 업종이 아니더라도 요즘은 특히 너무나도 많은 기회가 널려 있기 때문에 자신만이 가진 것이 뭔지를 깨닫고 설령 그것이 보잘 것 없는 것 일지라도(사실 보잘 것 없을수록 더 좋다) 하루라도 빨리 실행에 옮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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