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목민의 E=mc2

2023. 4. 6. 22:46일상의 생각들

#유목민 #징키스칸 #상대성이론 #디지털노마드 #노마드 #도시유목민 #디지털유목민 #E=mc2 #세계경영 #세상은넓고할일은많다
 
저는 천상 문과스타일이어서 이제껏 살면서 사용한 공식은 사칙연산이 전부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텐데요. 근데도 이십년전 교수님께서 칠판에 쓰셨던 공식이 문득 생각이 납니다.
 
E = mc2
 
누구나 아는 상대성 이론에 관한 공식이었는데요, 에너지는 질량과 (빛의)속도의 제곱에 비례한다. 근데 이 이야기는 흥미롭게도 물리학 강의가 아닌 '칭기스칸의 세계경영'이라는 역사 강의에 나온 공식입니다.
 
그때 당시 '세상은 넓고 할일은 많다'던 한 돈 많으신 재벌 어르신께서 한참 설파하신 세계경영이라는 이념에 칭기스칸의 삶과 그의 위대한 업적을 대비시키면서 한 유목민 족장에 불과했던 그가 어떻게 세계를 지배하게 되었고 그것이 현시대에 어떠한 시사점을 주는가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결과야 어떻게 되었던 IMF사태 직전까지 모 그룹에서 줄기차게 이야기 해 오던 이 '세계경영'이라는 표어가 천년 전 세상을 뒤엎었던 유목민들과의 접점을 찾으려 했다는 시도 자체가 상당히 흥미롭게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이 디지털 유목민이라는 단어나 개념 자체가 조금씩 사용되기 시작하고 퍼져나가는 것은 극히 최근의 일인데요. 세계경영에는 실패를 하셨지만 이미 20년을 앞서간 그 분의 혜안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네요.
 
다 아시는 사실이지만 이 유목민은 소, 양, 말들과 같은 가축을 키우면서 계절에 따라 이동하는 장소에서 자급자족하는 삶을사는 사람인들 인데요. 이들은 농경으로 한곳에 머무는 정착민들과는 다른 몇가지 특성이 있습니다.
 
첫째는 빠른 이동성입니다. 독창적인 이동식 주택 (게르)를 짓고 언제든 필요성이 생기면 바로 철거 후 다른곳으로의 이동이 가능한 것이죠.
두번째는 자급자족입니다. 유목민이라고 무역활동이 없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기본적으로 이들은 한 무리내에서 목축으로 자급자족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따라서 이들은 국가와 같은 더 큰 조직에 의존한다거나 무역으로 사는 상인이 있는 것도 아니고 큰 시장이 필요한 것도 아니어서 오랜기간동안 외부의 영향을 받지 않고서도 생활이 가능했던 겁니다.
 
다시 이 공식 E=mc2으로 돌아와 보면 당시 유목민의 가지고 있던 이동(m)과 속도(c)라는 특성때문에 그들의 내부에는 점점 에너지(E)가 쌓이게되고 그것이 어느 특정시점에 폭발하게 되면서 유목민의 세계정복이라는 결과가 나타나게 되었다는 설명입니다. 물론 그 에너지에 불을 붙인것은 칭기스칸이라는 위대한 정복자이지만 그의 등장은 세계사적인 큰흐름에서 보면 단순한 우연이 아닌 필연적인 것이라는 것이 강의의 기본적인 내용입니다.
 
그런데 더 흥미로운 점은 유목민의 이러한 특성들이 천년이 지난 이 시점에서 인터넷과 디지털 기기들로 무장한 사람들의 특성과 아주 잘 맞아떨어지는 부분이 나타나기 시작하게 된 것이죠. 우리는 이러한 사람들을 디지털 노마드라 부르게 되었습니다. 이들은 돈을 벌기 위해서 직장으로 출퇴근 하지도 않고 한 곳에 정착해서 살 필요가 없는 사람들이죠. 노트북만 있고 와이파이만 터지면 카페든 거실이든 야외든 그곳이 일터가 됩니다. 필요하면 노트북만 접고 이동이 가능한 것이죠. 저도 최근에 일년의 반은 서울에서 일하고 나머지는 태국과 같은 동남아에 사시는 분을 본 적이 있습니다. 또한 이들은 딱히 조직에 몸을 담거나 회사에 매여 있는 사람들이 아니기 때문에 여러사람 눈치볼 필요없이 자신이 생각하는 가치나 신념을 지키기에 더 용이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입니다. 저는 이 디지털 노마드의 여러가지 특성중에 이 부분이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이건 제 개인적인 의견입니다만 현시점은 디지털 노마드들의 이동이 조금씩 일어나기 시작하는 단계이고 서서히 에너지가 축적되고 있는 상태라고 봅니다. 조금씩 모인 에너지들이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는 정도로 쌓이는 순간이 되면, 어느 한 시점에서 전 세계를 뒤엎는 엄청난 폭발이 일어 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그 에너지에 불을 붙이는 이는 칭기스칸 같은 개인일 수도 있고 조그만 혁신기업일 수도있고, 아니면 이미 존재하는 큰 IT기업일 수도 있겠죠.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역사는 돌고 도는 것이라고 하는데 이 디지털 노마드의 등장이 단순히 우연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아니면 역사적인 필연에 의해 제 2의 칭키스칸이 등장할 수 있을까요?
만일 제 생각이 현실이 된다면 이들은 의도를 했건 안했건 간에 불가피하게 기존체제에 대한 파괴행위를 몰고 올 수 밖에 없지만 그 폐허위에 다시 생겨나는 새싹들은 더 찬란한 꽃을 피우기를 바라는 한 사람의 짧은 생각이었습니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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