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5. 2. 02:41ㆍ일상의 생각들
제가 친구들에게 어렸을 적 살았던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서 봄철에 모내기하던 기억들과 올챙이 잡던 얘기, 허수아비 있는 들판에서 뛰어놀던 얘기를 하면 다들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무슨 네 나이가 환갑 지난 어르신이냐고 핀잔을 주기도 합니다. 근데 거짓말이 아니라 80년대 초중반만 하더라도 지금 스타타워 주변의 역삼동은 정말로 그런 곳이었습니다. 아직도 저는 할머니께서 흙먼지 날리던 말죽거리장터에서 사 오신 반찬거리들을 광주리에 이고 집으로 오시던 기억에 선합니다.
하지만 이 얘기를 믿지 못하는 친구들을 탓할게 아니라 그동안 이 서울이라는 곳이 우리 기억이 따라가지 못할 정도의 파괴적인 속도로 변해왔다고 하는 것이 더 맞는 말이겠죠.
이 북한산 아래 구파발이라는 동네도 그 시절 역삼동 만만치 않은 깡촌이었습니다. 두 동네 사이에 약 20년간의 시차는 있지만 이곳 구파발의 옛 모습들도 뉴타운 개발과 함께 역삼동의 그것과 마찬가지로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서울에서 가장 낙후된 지역에 있던 수많은 집들과 시장, 학교, 성당과 절, 논과 밭은 마치 핵폭탄을 맞은 듯 흔적도 없이 사라졌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상대적으로 덜 낙후되었던 주변지역은 나름 옛 흔적을 간직하고 있는데 제가 오늘 소개해 드리는 향림마을 도시농업 체험원이 바로 그런 곳입니다.
이곳은 주택가 깊은 곳에 위치해 있어 이곳 지리를 잘 모르는 사람은 길 찾기가 쉽지 않은데요. 은평경찰서 옆 골목 쪽으로 빠져 약 5분 거리에 위치해 있습니다.
지금은 도시농업 체험원이라고 이름 붙이고 공원 느낌이 들게 끔 꾸며놓았지만 이 근방 일대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실제로 논과 밭이 있었던 지역입니다. 행정구역상으로는 엄연히 서울이지만 폭포동 초입부터 삼천리골 입구까지 2000년대 초반까지도 농사짓는 분들이 꽤 많이 있었습니다.
이곳 체험원은 주민들에게 분양하는 텃밭과 우리나라의 야생화를 볼 수 있는 정원, 그리고 실제로 모내기를 하고 가을에 추수하여 쌀을 수확하는 논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향림마을은 북한산 향로봉 아래 있어 붙여진이름인데요. 무분별한 재개발을 지양하고 리모델링과 재생사업으로 낙후된 지역의 활력을 불어넣으려는 취지로 탄생한 서울시 도시 재생사업지 중 한 곳입니다. 하지만 리모델링보다는 전면적인 재개발을 원하시는 지역주민분들이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런 풍경이 남아 있는 게 좋은데 개발을 원하는 분들 나름대로의 고충이나 애환도 무시할 수는 없겠죠. 둘 사이의 적절할 접점을 찾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 아닐까 합니다. 오늘은 향림마을 도시농업 체험원을 소개해 드렸습니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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