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5. 2. 18:43ㆍ일상의 생각들
어제는 서울하늘이 정말 깨끗했는데요. 심지어 노동자의 날 휴일이라 오랜만에 친구와 약속을 잡고 북악산 등반을 하기로 하였습니다.
이전에는 부암동 창의문 쪽 등산로를 이용하여 올라가 헌법재판소 쪽으로 내려와 본 적은 있는데 이번에는 친구의 의견대로 최근에 새로 개방된 길을 따라 삼청동 주민센터 옆길로 올라가 반대로 내려오는 길을 택했습니다.
휴일이라 그런지 광화문광장에는 이미 많은 인파들이 몰려있었는데요. 외국인 관광객, 수학여행온 학생들, 행사참여를 위해 전국에서 온 노동자분들과 그분들을 관리(?) 하기 위해 파견 나온 경찰관등 많은 사람들로 떠들썩하였습니다.
광장 한가운데는 밸리곰(?) 이라고 하는 곰인형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는데요. 제가 보기에는 별로 귀염상은 아니었지만 많은 분들이 그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었습니다. 전 처음에 젤리곰인줄 알았다는...
삼청동 뒷길을 팔판동이라 부르는데 행정구역상 동명도 이와 같은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아마 삼청동에서 관할하지 않을까 하는데 조선시대 8명의 판서가 살았던 곳이라 하여 이러한 이름이 전해 내려오고 있다고 합니다. 8명의 판서가 누구인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그분들이야 말로 요즘말하는 직주근접의 시초가 아닐까 합니다.
총리공관을 지나 삼청동 주민센터에서 조금올라가다 보면 북악산 등산로 시작점이 나오는데 생각보다 안내판이 그리 크지 않으니 지나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합니다. 진입로 옆에 공중화장실이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고즈넉한 주택가를 지나 화살표따라 올라가다 보면 청와대 담장을 따라 등산로가 이어집니다. 옆으로는 계곡을 따라 군시절 GOP근무가 절로 떠오르는(PTSD 오는) 철책이 위로 쭉 이어져 있습니다.
본격적인 등산로의 시점입니다. 사진 뒤에는 백악정이라 불리는 데크가 있었는데요. 김대중 대통령님과 이휘호 여사님 기념식수가 옆에 있는 걸 보면 아마도 역대 대통령분들이 자주 방문하던 곳이 아닐까 짐작해 봅니다.
미세먼지가 살짝 끼어 있었지만 확 트인 서울시내를 전망하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데크길을 따라 좀 더 올라가 보면 암각으로 만세동방 성수남극이라 새겨진 바위에 샘물이 고일 수 있도록 깊은 구멍을 파 놓은 약수터가 나옵니다. 위생상 현재 음용은 불가하다고 하네요.
만세동방 옆에 새겨진 또다른 글자가 무슨 뜻인지 유심히 살펴보니 이건 분명 사람의 이름이네요. 정수* (?)
참고로 동방이라는 글자는 거북이와 두루미 삼천갑자 동방삭 치치카포... 의 동방삭을 뜻한다고 합니다. 헐 이걸내가 어떻게 기억...
한 십분정도 더 올라가다 보면 아주 넓은 공터가 나오는데요. 아마 예전에는 헬기장으로 사용되지 않았을까 짐작해 봅니다. 공터에 나무로 된 테이블이 있어 간단히 준비한 도시락을 먹기 좋은 장소입니다. 해서 저희는 간단히 라면을 끓일 수 있는 도구를 준비해 왔는데요. 불을 사용하지 않고 발열팩을 이용해 물을 끓일 수 있는 비화식 반합으로 컵라면이 아닌 진짜라면을 끓여 먹을 때 유용하게 쓸 수 있습니다.
바로 요놈인데요. 발열백을 밑에다 놓고 속에 있는 반합에 라면과 스프를 넣고 물을 부으면 물이 끓으면서 바로 조리가 됩니다. 라면이 아주 잘 익어서 접시에 덜어 정신없이 먹다 같이 온 친구에게 핀잔을 들었는데요. 이유인즉 저는 아직 블로거의 기본자세가 되어 있지 않다는 겁니다. 빨리 먹을 욕심에 라면이 조리된 사진을 안 찍다니 ㅠㅠ 딱히 반박을 할 수가 없네요.
조금 더 오르다 보면 북악산정상이 나오는데요. 해발고도 300미터 정도의 산이라 어린아이도 부담 없이 올라가기에 무리가 없어 가족나들이에 최적의 장소가 아닐까 합니다.
하산은 부암동쪽 창의문으로 내려오는 계단을 이용했는데요. 이쪽 계단은 굉장히 가파른 길이라 저처럼 연식이 있는 분들은 무릎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조심하셔야 합니다. 옆으로 보이는 북한산 자락, 구름의 그림자가 살짝 내려앉은 평창동의 풍경이 평화롭게 느껴졌습니다.
나이 든 아재들이 등산 가서 할 얘기라 봐야 가족이나 건강, 흩어진 친구들 근황에 대한 수다였는데요. 젊었을 때는 아무리 좋은 데를 가도 방구석에서 담날까지 술 먹는 게 일이었는데 이제는 제법 유유자적할 수 있는 나이가 된 듯합니다. 이상 북악산 등산후기였습니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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